아이들과 시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시장과 마트를 비교해봤습니다.“시장과 마트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볼까?”다른 점은 금방 나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점을 찾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아이들이 한동안 생각하더니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여러 가지 물건을 많이 팔아요!”저는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 침묵 끝에 아이가 스스로 공통점을 찾아낸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돈이 왜 필요해요?” 질문이 하나씩 생겼습니다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시장에 대해 궁금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시장에는 무엇이 있나요?”“돈이 왜 필요해요?”“유통기한은 왜 생겨요?”제가 질문 목록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시장과 마트를 살펴보고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
아이들과 민화박물관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처음에는 여러 민화를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박물관을 다녀온 뒤 아이들이 민화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특히 어해도를 본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박물관을 다녀온 뒤 민화 이야기가 계속됐습니다민화박물관에서 여러 작품을 본 뒤 아이들은 자기가 기억하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한 아이는 어해도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어해도 물고기는 눈을 계속 뜨고 있어서 도둑들을 지켜줘요.”또 다른 아이는 십장생도를 보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십장생도를 병풍으로 만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같은 민화를 보고 왔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아이마다 달랐습니다.저는 그 차이가 재미있었습니다.어떤 아이는 그림 속 물고기..
아이들과 ‘효’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처음에는 아이들이 효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궁금했습니다.그래서 설명부터 하지 않고 먼저 물었습니다.“효가 뭐라고 생각해?”저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 말씀 잘 듣는 것” 정도를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실제로 나온 대답은 제 예상보다 훨씬 다양했습니다.“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는 것”한 아이가 말했습니다.“부모님을 걱정시키지 않는 것이 효예요.”또 다른 아이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형제끼리 싸우지 않는 것도 효도예요.”저는 아이들의 대답을 들으면서 조금 놀랐습니다.효라는 말을 단순히 ‘어른 말씀을 잘 듣는 것’으로만 받아들이지 않고, 가족이 서로 걱정하지 않게 하는 일이나 형제끼리 잘 지내는 것까지 자기 경험과 연결해서 이야기하고 있었기 ..
여름방학이 끝난 뒤 아이들과 ‘우리나라’를 주제로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한복의 이름도 알아보고, 기와집과 초가집의 다른 점도 살펴봤습니다. 전통문양으로 모빌도 만들었습니다.여러 활동 가운데 제가 가장 오래 기억하는 것은 전래동화 한 권으로 시작한 동극입니다.아이들과 함께 고른 이야기는 ‘효성스러운 호랑이’였습니다.읽고 끝내지 않고 직접 호랑이가 되어봤습니다동화를 읽은 뒤 아이들은 이야기 속 등장인물이 되어 동극을 해봤습니다.책으로 읽을 때와 직접 몸으로 표현할 때의 모습은 달랐습니다.호랑이 역할을 맡은 아이가 큰 목소리로 외쳤습니다.“아우~ 배고파! 너를 잡아먹겠다! 어흥!”아이들은 이야기 속 장면을 말과 몸으로 표현했습니다.저는 아이들이 대사를 얼마나 정확하게 외우는지보다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
수영 수업을 앞두고 샤워실 앞에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선생님, 저 오늘 배 아파요.”수영이 낯설고 무서운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저는 그 아이에게 바로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수영과 조금 친해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먼저 생각했습니다.그때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 『컵과 수건의 수영장 대소동』이었습니다.“컵이 수영을 한다고? 말이 안 되잖아요”책 속에서는 컵이 텔레비전으로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를 본 뒤 수영을 배우러 가겠다고 합니다.아이들은 컵이 수영한다는 설정부터 이상하게 느꼈습니다.“컵이 수영을 한다고? 말이 안 되잖아요.”저는 그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아이들은 그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했습니다.수영하기 전에 수영장부터 ..
아이들과 한 학기를 보내면서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한 권 있습니다.『아주 아주 특별한 놀이터』입니다.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은 책을 덮고 끝내지 않았습니다.교실 안에서 자기들만의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책상 다리가 미끄럼틀이 됐습니다책을 읽은 뒤 아이들은 교실에 있는 물건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책상 다리를 이용해 미끄럼틀을 만들고, 종이와 테이프로 정글짐을 만들었습니다.놀이를 이어가다 보니 뛰뛰빵빵 자동차도 등장했습니다.처음부터 제가 “이제 놀이터를 만들어보자”고 정해준 활동은 아니었습니다.책에서 본 장면이 아이들 놀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필요한 것이 하나씩 생겼습니다.놀다가 아이들이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다시 그림책을 가져와 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