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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물고기는 눈을 안 감아요?” 민화 한 장에서 시작된 아이의 질문

richtop1 2026. 8. 18. 22:44

목차


    아이들과 민화박물관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러 민화를 보고 경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박물관을 다녀온 뒤 아이들이 민화를 자기 방식으로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어해도를 본 아이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박물관을 다녀온 뒤 민화 이야기가 계속됐습니다

    민화박물관에서 여러 작품을 본 뒤 아이들은 자기가 기억하는 그림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한 아이는 어해도를 떠올리며 말했습니다.

    “어해도 물고기는 눈을 계속 뜨고 있어서 도둑들을 지켜줘요.”

    또 다른 아이는 십장생도를 보고 자기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십장생도를 병풍으로 만들면 정말 멋질 것 같아요.”

    같은 민화를 보고 왔지만 기억에 남은 것은 아이마다 달랐습니다.

    저는 그 차이가 재미있었습니다.

    어떤 아이는 그림 속 물고기에 관심을 가졌고, 어떤 아이는 그림을 병풍으로 만들어보는 것을 생각했습니다.

    민화박물관 관람 후 아이들과 살펴본 어해도

    “우리가 아는 포도가 민화에 나오다니 신기해요!”

    포도도를 보던 아이의 반응도 기억납니다.

    그림을 보던 아이가 반가운 듯 말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포도가 민화에 나오다니 신기해요!”

    어른에게 포도는 특별할 것 없는 과일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자기가 먹어보고 알고 있던 포도가 박물관의 그림 속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새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들으면서 아이들이 낯선 것을 배울 때도 자기가 이미 알고 있는 것과 연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어해도를 좋아하던 아이가 질문했습니다

    여러 민화 가운데 어해도에 유독 관심을 보이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프로젝트 활동을 하던 중 그 아이가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왜 어해도 물고기는 눈을 안 감아요?”

    저는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그날은 그렇게 이야기가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그 아이가 직접 그린 어해도 그림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자기 그림을 보여주며 말했습니다.

    “제가 그린 물고기는 밤에도 우리 집을 지켜줄 거예요.”

    저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그림을 바라봤습니다.

    박물관에서 본 그림이 아이의 그림이 됐습니다

    아이에게 어해도는 더 이상 박물관에서 보고 온 그림 한 장이 아니었습니다.

    물고기가 왜 눈을 감지 않는지 궁금해했고, 자기 나름의 의미를 붙였고, 결국 자기 손으로 다시 그렸습니다.

    그 그림은 교실 한쪽에 붙여두었습니다.

    저는 지나가다 그 그림을 볼 때마다 박물관에서 작품을 얼마나 많이 봤는가보다 한 작품을 보고 아이에게 어떤 생각이 남았는지가 더 중요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까치호랑이를 좋아하는 아이도 있고, 십장생도가 기억에 남는 아이도 있고, 어해도의 물고기에 마음을 빼앗긴 아이도 있었습니다.

    모두에게 똑같은 작품이 가장 인상적일 필요는 없었습니다.

    저는 그날 어해도를 좋아했던 아이에게 정답을 설명하는 대신 “너는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었습니다.

    며칠 뒤 돌아온 것은 제가 알려준 답이 아니라 “밤에도 우리 집을 지켜주는 물고기”였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그린 물고기를 보면서, 아이가 작품을 자기 생각으로 받아들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