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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시장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처음에는 시장과 마트를 비교해봤습니다.
“시장과 마트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찾아볼까?”
다른 점은 금방 나왔습니다. 그런데 같은 점을 찾는 데는 생각보다 시간이 걸렸습니다.
아이들이 한동안 생각하더니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여러 가지 물건을 많이 팔아요!”
저는 바로 답을 알려주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그 침묵 끝에 아이가 스스로 공통점을 찾아낸 순간이 기억에 남습니다.
“돈이 왜 필요해요?” 질문이 하나씩 생겼습니다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아이들이 시장에 대해 궁금한 것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시장에는 무엇이 있나요?”
“돈이 왜 필요해요?”
“유통기한은 왜 생겨요?”
제가 질문 목록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장과 마트를 살펴보고 자기 경험을 이야기하다 보니 아이들에게 궁금한 것이 생겼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다음 활동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장은 가격을 깎을 수 있어요”
시장과 마트의 다른 점을 이야기하던 날에는 한 아이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시장은 가격을 깎을 수 있지만 마트는 가격표대로 내야 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재미있었습니다.
교사가 알려준 내용을 그대로 말한 것이 아니라 아이가 시장에 갔던 경험과 마트에서 장을 봤던 기억을 떠올려 두 곳의 차이를 찾아낸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에게 시장은 책에서 처음 만나는 곳이 아니었습니다. 이미 가족과 함께 가본 경험이 있었고, 프로젝트를 하면서 그 기억들이 하나씩 교실 안으로 나오고 있었습니다.

Market Day를 아이들이 직접 준비했습니다
프로젝트가 이어지면서 Market Day도 준비했습니다.
아이들은 직접 지갑을 만들고 장바구니를 엮었습니다. 간판을 디자인하고 홍보 전단지도 만들었습니다.
전단지를 들고 교무실과 다른 반을 찾아가 Market Day를 알리기도 했습니다.
판매할 물건은 가정에서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자기 물건의 가격을 생각해봤습니다.
그때 한 아이가 물건을 들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이 물건은 500원이 어때요?”
저는 그 질문이 참 좋았습니다.
500원이 비싼지 싼지를 정확하게 판단하는 것보다 자기 물건에 얼마의 가격을 붙이면 좋을지 아이가 처음으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더 재미있었습니다.
아끼던 인형을 앞에 두고 고민하던 아이
Market Day를 준비하면서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습니다.
집에서 가져온 인형을 팔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던 아이였습니다.
자기가 아끼던 인형이라 처음에는 팔고 싶어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바로 결정해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아이가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말했습니다.
“동생 생일선물 사려면 돈이 필요해요.”
저는 그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아이에게는 아끼는 인형도 중요했고, 동생의 생일선물을 사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둘 중 무엇을 선택할지 아이가 직접 고민하고 결정했습니다.
시장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제가 기대했던 것은 시장과 마트의 차이를 알아가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실제 활동에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것보다 더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엇을 팔지 고민하고, 얼마에 팔지 생각하고, 자기에게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선택하는 모습까지 볼 수 있었습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면서 아이들과 “충동구매를 하지 않고 꼭 필요한 것만 사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하고 약속했습니다.
저는 그날 아이들에게 돈을 아껴야 한다는 말을 길게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직접 물건에 가격을 붙여보고, 사고팔아보고, 아끼는 물건을 팔 것인지 고민해본 경험이 이미 많은 이야기를 해주고 있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