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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수업을 앞두고 샤워실 앞에서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선생님, 저 오늘 배 아파요.”
수영이 낯설고 무서운 마음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바로 “괜찮아, 할 수 있어”라고 말하기보다 수영과 조금 친해질 수 있는 다른 방법을 먼저 생각했습니다.
그때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이 『컵과 수건의 수영장 대소동』이었습니다.

“컵이 수영을 한다고? 말이 안 되잖아요”
책 속에서는 컵이 텔레비전으로 세계 수영 선수권 대회를 본 뒤 수영을 배우러 가겠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컵이 수영한다는 설정부터 이상하게 느꼈습니다.
“컵이 수영을 한다고? 말이 안 되잖아요.”
저는 그 반응이 재미있었습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아이들은 그다음 이야기를 궁금해했습니다.
수영하기 전에 수영장부터 천천히 살펴봤습니다
수영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는 아이들과 먼저 수영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샤워실은 어떻게 이용하는지 살펴보고, 수영장에서 지켜야 할 안전 약속도 확인했습니다.
같은 장소에 서 있었지만 아이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선생님, 저 여기 5살 때 와봤어요.”
“저 조금 떨려요.”
“빨리 들어가고 싶어요.”
익숙한 아이도 있었고, 설레는 아이도 있었고, 걱정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바로 물에 들어가는 것보다 먼저 공간을 보고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개구리 같다”는 말이 또 다른 놀이가 됐습니다
여름 체육복을 입고 모여 있는데 한 아이가 친구들의 모습을 보고 “개구리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 말에서 또 다른 활동이 시작됐습니다.
아이들과 개구리가 알에서 올챙이를 거쳐 개구리가 되는 모습을 살펴보고 직접 몸으로 표현해봤습니다.
아이들은 올챙이와 개구리의 모습을 몸으로 흉내 내며 놀이를 이어갔습니다.
처음 계획했던 수영 이야기에서 아이의 말 한마디를 따라가자 자연스럽게 다른 탐색으로 연결됐습니다.
“수건을 뜨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뜨고 가라앉는 것을 알아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수건이 물에 가라앉는 모습을 본 뒤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수건을 뜨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될까?”
저는 방법을 먼저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교실에 있는 여러 물건을 가져와 하나씩 물에 넣어봤습니다.
뜨는 것도 있었고 가라앉는 것도 있었습니다.
실험을 하던 아이가 전에 사용한 것과 다른 재료를 보며 말했습니다.
“이건 아까 뿅뿅이는 가라앉았는데 이 뿅뿅이는 뜨는 걸!”
아이들은 한 번 해보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다른 물건을 넣어보고, 실패하면 다시 생각했습니다.
그러다 컵에는 뚜껑을 만들어주고, 수건은 물에 뜨는 물체 위에 올라갈 수 있도록 튜브도 만들어줬습니다.
무서워하던 아이도 어느새 실험 곁에 와 있었습니다
그 활동을 하면서 처음 샤워실 앞에서 망설이던 아이도 기억에 남습니다.
제가 억지로 물에 들어가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어느 순간 물 가까이에 앉아 친구들이 하는 실험을 돕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아이가 두려움을 없애는 방법이 꼭 “넌 할 수 있어”라는 말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림책 속 컵과 수건의 이야기를 보고, 수영장을 미리 둘러보고, 친구들과 물에 이것저것 띄워보는 과정이 조금씩 쌓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건이 가라앉았을 때 제가 했던 말은 정답이 아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될까?”
그 질문 뒤에서 아이들은 물건을 가져오고, 넣어보고, 실패하고, 다시 방법을 만들었습니다.
저에게는 그 과정이 책 한 권을 읽고 끝내는 것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