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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한 학기를 보내면서 기억에 남는 그림책이 한 권 있습니다.
『아주 아주 특별한 놀이터』입니다.
책을 읽고 난 뒤 아이들은 책을 덮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교실 안에서 자기들만의 놀이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책상 다리가 미끄럼틀이 됐습니다
책을 읽은 뒤 아이들은 교실에 있는 물건을 다르게 보기 시작했습니다.
책상 다리를 이용해 미끄럼틀을 만들고, 종이와 테이프로 정글짐을 만들었습니다.
놀이를 이어가다 보니 뛰뛰빵빵 자동차도 등장했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이제 놀이터를 만들어보자”고 정해준 활동은 아니었습니다.
책에서 본 장면이 아이들 놀이 안으로 들어오면서 필요한 것이 하나씩 생겼습니다.
놀다가 아이들이 다시 책을 펼쳤습니다
제가 가장 재미있게 본 장면은 따로 있었습니다.
놀이를 하던 아이들이 다시 그림책을 가져와 펼쳐보는 모습이었습니다.
누가 책을 읽으라고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자기들이 만들고 있는 놀이터에 더 필요한 것이 없는지 찾아보기 위해 책을 다시 보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책이 꼭 읽고 끝내는 물건일 필요는 없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 책은 놀이를 계속하기 위해 다시 찾아보는 자료가 되어 있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들이 보드게임을 만들었습니다
놀이가 이어지면서 아이들은 보드게임도 만들었습니다.
주사위를 사용한 게임판을 만들고, 태극 모양의 말도 만들었습니다.
몸으로 움직이며 하는 보드게임도 만들었습니다.
게임을 만들려면 그냥 예쁘게 꾸미는 것만으로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어디에서 시작할지, 어떻게 움직일지, 어떤 순서로 놀이할지 아이들이 정해야 했습니다.
하나를 만들어보고 잘되지 않으면 다시 바꾸면서 놀이가 계속되었습니다.
바깥놀이를 좋아하던 아이들도 책을 찾았습니다
우리 반에는 바깥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들도 많았습니다.
곤충을 찾는 것을 좋아하고, 물놀이라면 누구보다 먼저 뛰어나가는 아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라고 해서 책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놀이와 책이 연결되자 필요할 때 스스로 책을 찾아왔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책을 좋아하게 만드는 데 꼭 오래 앉아 있는 연습부터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책을 읽고 미끄럼틀을 만들고, 정글짐을 만들고, 보드게임을 만들다가 다시 책을 펼치는 모습도 충분히 독서의 한 장면이었습니다.
『아주 아주 특별한 놀이터』는 우리 반에서 한 번 읽고 책꽂이에 돌아간 책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놀다가 다시 찾고, 또 다른 놀이를 만드는 데 사용한 책이었습니다.
저에게는 아이들이 몇 권의 책을 읽었는가보다 한 권의 책이 아이들의 놀이 속에서 얼마나 오래 살아 있었는지가 더 기억에 남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