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 교실 불을 끄고 모닥불 영상을 틀어놓은 채 캠핑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제가 어느 정도 방향을 잡아줘야 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텐트도 있어야 하고, 화로도 있어야 하고, 역할도 정해야 놀이가 제대로 굴러갈 것 같았거든요.그런데 제가 나설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우리 캠핑하려면 뭐가 필요할까?”그 한마디 뒤에 아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누군가는 텐트를 만들겠다고 했고, 누군가는 화로를 맡았습니다. 물고기를 잡아야 한다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저는 그때부터 조금 떨어져서 보기로 했습니다.역할을 정해주지 않았는데 역할이 생겼습니다아이들이 놀 때 어른이 먼저 정해주는 것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너는 이것 해”, “여기는 이렇게 만들어”라고 말하면 빠르게 정리는 됩니다. 하지만 ..
“바다에 뭐가 있을까?”바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저는 바다에 사는 동물을 먼저 알려주지도 않았고, 정답을 정해놓지도 않았습니다.그런데 아이들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말이 쏟아졌습니다. 곤충, 동물, 사막, 북극, 나뭇잎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처음에는 “바다를 물었는데 왜 사막까지 나오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아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자연을 서로 연결하고 있었습니다.한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북극이랑 사막은 완전히 다른데 왜 둘 다 동물이 살아요?”저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답을 알려주는 대신 같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다 수업이 커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어느 날 교실에 거북 병원이 생겼습니다저는 놀이 방향만 조금 열..
아이들과 유치원 안팎을 살펴보며 여러 기호를 찾아본 적이 있습니다.처음에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표시를 찾아보는 활동이었습니다.그런데 아이들은 생각보다 많은 기호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한 아이가 그림을 보며 말했습니다.“이건 카메라 그림 같은데?”또 다른 아이는 자기가 밖에서 본 경험을 떠올렸습니다.“아빠 차 타고 가다가 본 거랑 똑같아!”“이건 별님반, 이건 햇님반!”유치원 안을 살펴보다가 학급을 나타내는 기호를 발견했을 때 아이들의 반응도 기억에 남습니다.“이건 별님반, 이건 햇님반!”아이들은 그림 하나가 그냥 장식이 아니라 어떤 반을 나타내는 표시라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주변에서 기호를 계속 찾아보면서 아이들은 그림이나 모양에도 뜻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기 시작했습니다.이번에..
4월, 아이들과 벚꽃 팝콘 놀이를 하던 중 관심이 물과 흙으로 이어졌습니다.그래서 그림책 『으랏차차 흙』을 함께 읽고 흙을 직접 만나보는 활동을 시작했습니다.책으로만 흙을 알아보는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만지고, 파보고, 다시 교실로 돌아와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여기는 공사장이야!”모래놀이터에 나가자 아이들은 손으로 흙을 만지고 파기 시작했습니다.놀이를 하면서 이런 말도 나왔습니다.“여기는 공사장이야!”“더 깊게 파보자!”흙을 만지던 아이들은 눈으로 보기만 할 때와는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색깔과 촉감을 살펴보고, 물을 섞어보면서 자기가 발견한 것을 말했습니다.“물을 넣으면 더 잘 뭉쳐져.”“여기 가면 공벌레가 많이 있어.”돌멩이를 부수고 체에 걸러봤습니다아이들은 흙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도 직접 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