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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뭐가 있을까?”
바다 수업을 시작하면서 아이들에게 던진 질문은 딱 하나였습니다. 저는 바다에 사는 동물을 먼저 알려주지도 않았고, 정답을 정해놓지도 않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 입에서 예상하지 못한 말이 쏟아졌습니다. 곤충, 동물, 사막, 북극, 나뭇잎까지 이야기가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바다를 물었는데 왜 사막까지 나오지?” 싶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어보니 아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자연을 서로 연결하고 있었습니다.
한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북극이랑 사막은 완전히 다른데 왜 둘 다 동물이 살아요?”
저도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답을 알려주는 대신 같이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바다 수업이 커지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습니다.
어느 날 교실에 거북 병원이 생겼습니다

저는 놀이 방향만 조금 열어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교실 한쪽에 바다 거북 병원이 생겼습니다. 그 옆에는 바다 생물 보호소까지 만들어졌습니다.
한 아이가 거북이를 들고 말했습니다.
“이 거북이는 비닐 먹어서 치료 중이에요.”
제가 만들어준 대사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자기가 들은 이야기와 놀이를 연결해 만든 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거북이를 치료하는 놀이였는데 점점 커졌습니다. 접수처가 생기고, 의사와 간호사도 생겼습니다. 어떤 아이는 환자를 데려왔고, 또 다른 아이는 차례를 정했습니다.
저는 옆에서 보고 있었는데 아이들끼리 필요한 역할을 찾아 나누는 모습이 재미있었습니다. 수업을 따로 하고 놀이를 따로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안에서는 둘이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과자 봉지가 쓰레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환경 이야기가 계속되자 아이들에게 집에서도 궁금한 것을 찾아보게 했습니다.
다음 날 교실에 온 이야기도 제각각이었습니다. 한 아이는 제주 용천수 이야기를 찾아왔고, 다른 아이는 다 먹은 과자 봉지를 가져와 파우치로 만들어왔습니다.
제가 “과자 봉지로 파우치를 만들어오세요”라고 한 적은 없습니다. 아이가 자기 방식으로 환경 이야기를 이어온 것입니다.
저는 이런 순간이 특히 좋았습니다. 교실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하원과 동시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집까지 따라갔다가 다시 교실로 돌아왔기 때문입니다.
거북이가 비닐을 먹는 장면에서 아이들이 울었습니다
동화책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함께 보던 날도 기억에 남습니다.
거북이가 바다에 버려진 비닐을 먹는 장면이 나오자 몇몇 아이들이 울었습니다.
환경 문제를 숫자와 설명으로 알려주는 것보다 그날 아이들이 보여준 표정이 저에게는 더 크게 남았습니다.
하원할 때 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말했습니다.
“우리 이제 과자 봉지 버리지 말고 모으자.”
저는 그 말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처음에는 바다에 무엇이 있는지 알아보는 수업이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의 질문을 따라가다 보니 바다 생물 이야기로 갔고, 거북 병원이 생겼고, 쓰레기와 환경 이야기가 집까지 이어졌습니다.
제가 한 일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습니다. 질문 하나를 던지고, 아이들이 하는 말을 듣고, 놀이가 어디로 가는지 기다려준 것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 결과부터 정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들이 처음 던지는 말 하나가 제가 계획한 것보다 훨씬 멀리 갈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