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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유대인 교육'이라는 말을 들으면 뭔가 거창하고 멀게만 느껴졌습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한 학교, 필즈상(Fields Medal) 수상자까지 나온 교육 시스템이라니 우리랑은 다른 세계 이야기 같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우리 반 아이들과 바다 환경 수업을 함께 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제가 이미 그 교육을 하고 있었던 겁니다.
질문 중심 학습 — 왜 유대인 교육은 "왜?"에서 시작할까
1935년에 설립된 이스라엘의 한 학교 이야기를 접했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수상자 명단이 아니었습니다. "아주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특정 분야에서는 당신보다 더 잘 알 수 있으니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교육 철학이었습니다. 이 학교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가 세워지기도 전에 설립되었고, 이스라엘상(Israel Prize) 수상자를 국내 어느 학교보다 많이 배출했습니다. 이스라엘상이란 문학, 과학, 예술 등 각 분야에서 국가가 인정하는 최고 권위의 상으로, 우리나라로 치면 대한민국학술원상이나 금관문화훈장에 해당하는 위상입니다.
유대교 교육의 핵심 개념 중 하나가 바로 하브루타(Havruta)입니다. 하브루타란 짝을 지어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지식을 구성해 나가는 학습 방식으로, 단순히 답을 외우는 게 아니라 "왜 그렇지?"를 끊임없이 묻는 데서 출발합니다. 수 세대에 걸쳐 이 전통이 이어졌고, 그 결과 노벨상 수상자 2명, 필즈상 수상자 1명이 한 학교에서 나올 수 있었다고 저는 봅니다.
제가 직접 수업에서 써봤는데, 아이들에게 "환경이 뭔지 알아?" 하고 물어봤더니 "곤충, 동물, 식물, 하늘, 사막, 북극, 동굴, 나뭇잎"이라는 대답이 쏟아졌습니다. 제가 정해준 답이 아니라 아이들 스스로 끌어낸 언어였습니다. 이것이 바로 질문 중심 학습이 만들어내는 장면입니다. 교사가 정답을 주는 게 아니라 질문이 정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만들어주는 것이죠.
- 하브루타: 짝 토론을 통해 질문과 답변을 반복하며 사고력을 키우는 유대식 학습법
- 이스라엘상: 이스라엘 국가 최고 권위 학술·예술상, 해당 학교 단독 최다 배출
- 필즈상(Fields Medal): 4년마다 수여하는 수학 분야 최고 권위상, 노벨상 수학 부문 대체제
- 질문을 던지는 문화: 교사도, 부모도, 아이도 모두 "왜?"를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분위기
요약: 유대인 교육의 핵심은 하브루타 방식의 질문 중심 학습이며, 이는 노벨상·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 실증적 결과로 뒷받침됩니다.
놀이 기반 교육 — 공부하라 말하지 않아도 배우는 이유
유대인 교육에서 제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따로 있습니다. 선생님이 아이에게 "무엇을 하라"고 지시하지 않고 안내자(facilitator) 역할만 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안내자란 지식을 전달하는 강의자가 아니라 아이 스스로 탐색하도록 환경을 설계하고 곁에서 지켜보는 역할을 말합니다. 처음엔 아이들이 이 방식에 익숙하지 않아 혼란스럽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자율을 줬더니 오히려 혼란이 온다는 게 역설적으로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우리 반 아이들을 보면서 이해가 됐습니다. 바다 환경을 주제로 수업을 시작했을 때 처음엔 제가 방향을 잡아줬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이들이 교실 구석구석에 바다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바다 거북 병원, 바다 생물 동물 보호소, 환경생물 보호소까지 아이들 스스로 공간을 확장해 갔습니다. "이 바다거북은 비닐을 먹어서 치료 중이에요"라고 말한 건 제가 가르친 게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과정에서도 '놀이 중심 교육과정'을 핵심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2019년 개정 누리과정은 아이가 주도하는 놀이를 통해 배움이 일어나도록 설계된 것이 핵심입니다. 누리과정이란 만 3~5세 유아를 위한 국가 수준 교육과정으로, 신체·사회·언어·인지·예술의 다섯 영역을 놀이를 통해 통합적으로 경험하도록 구성한 틀입니다. 제 경험상 이 틀이 실제 교실에서 가장 잘 살아나는 순간은 아이가 자기도 모르게 공부하고 있을 때입니다. 바다 거북 병원 놀이를 하면서 해양 오염의 원인을 설명하는 아이가 바로 그 증거입니다.
요약: 놀이 기반 교육은 교사가 안내자 역할로 물러설 때 아이 스스로 지식을 구성하고 심화하는 학습이 일어납니다.
해양환경 실천 — 교실에서 시작해 바다까지 닿는 법

제가 이번 수업을 설계하면서 가장 고민했던 건 "어떻게 아이들이 직접 실천하게 만들까"였습니다. 지식을 전달하는 건 상대적으로 쉽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스스로 행동을 바꾸게 만드는 건 다른 문제거든요. 유대인 교육에서 말하는 "공동체를 위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것을 아주 어릴 때부터 배운다"는 개념이 여기서 연결됩니다. 이것은 수학이나 영어처럼 필수 역량으로 다루는 시민성 교육(Citizenship Education)의 일환입니다. 시민성 교육이란 개인이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책임을 인식하고 실제 행동으로 옮길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을 말합니다.
저희 반 아이들은 환경 주제를 가족들과 함께 조사해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제주도 용천수가 사라지고 있다는 사실을 집에서 찾아온 아이, 다 먹은 과자 봉지로 새활용(upcycling) 파우치를 만들어온 아이도 있었습니다. 새활용이란 단순히 재료를 재사용하는 재활용(recycling)을 넘어, 버려진 물건에 새로운 가치와 기능을 부여하는 창의적 순환 방식입니다. 이런 실천들이 교실 밖에서도 이어지고 있다는 게 제가 가장 기뻤던 지점입니다.
해양 오염의 심각성은 수치로도 확인됩니다. 매년 약 800만 톤의 플라스틱이 바다로 유입되며, 이로 인해 해양 생물 700여 종 이상이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아이들이 동화 '할머니의 용궁 여행'을 보며 바다 거북이 비닐을 먹는 장면에 눈물 흘릴 때, 저는 이 수치가 숫자가 아니라 감각으로 아이들에게 스며드는 걸 목격했습니다. 크레파스로 그린 바다 그림 속에 쓰레기를 지우는 손이 등장했을 때가 특히 그랬습니다. 제 경험상 감정이 먼저 움직여야 행동이 따라옵니다.
요약: 해양환경 실천은 수치와 감각을 동시에 자극할 때 교실 안 놀이를 넘어 실제 삶의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유대인 교육이 특별한 이유가 노벨상 수 때문인가요?
A. 수상 자체보다는 그것을 가능하게 한 구조가 핵심입니다. 질문을 던지는 문화, 교사가 안내자로 물러서는 수업 방식, 공동체 기여를 필수 역량으로 가르치는 시민성 교육이 오랜 시간 누적된 결과입니다. 특정 학교 한 곳에서 노벨상 수상자 2명과 필즈상 수상자 1명이 나온 건 우연이 아닙니다.
Q.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과 유대인 교육은 실제로 비슷한가요?
A. 구조적으로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2019년 개정 누리과정은 아이 주도 놀이를 핵심으로 설계되었고, 교사는 지시자가 아닌 관찰자이자 지원자 역할을 맡습니다. 다만 실제 교실에서 이 철학이 얼마나 일관되게 구현되는지는 교사 개인의 이해와 실천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Q. 해양환경 수업을 집에서 아이와 함께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A. 가장 접근하기 쉬운 방법은 줍깅(plogging)입니다. 줍깅이란 조깅이나 산책을 하면서 주변 쓰레기를 줍는 활동으로, 스웨덴에서 시작해 전 세계로 확산된 환경 실천 방식입니다. 아이와 함께 비닐봉지 하나 들고 동네를 걷는 것만으로도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직접 바다를 지키고 있다는 감각이 생깁니다.
Q. 아이가 공부보다 놀이만 하려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놀이와 학습을 분리해서 생각하는 시각 자체를 바꾸는 게 먼저입니다. 바다 거북 병원 놀이를 하는 아이는 이미 해양 생태계를 배우고 있습니다. 유대인 교육이나 누리과정 모두 이 전제에서 출발합니다. 놀이가 충분히 이루어진 아이가 오히려 집중력과 탐구 의지가 강해진다는 것이 제 관찰이기도 합니다.
결론
솔직히 처음에 유대인 교육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다른 나라 이야기로만 들었습니다. 노벨상, 필즈상, 이스라엘상, 1935년 설립 학교. 뭔가 제가 발을 들일 수 없는 영역처럼 느껴졌거든요. 그런데 우리 반 아이들이 바다 거북 병원을 만들고, 비닐을 먹은 거북을 치료하는 놀이를 하면서 "바다를 지켜줄게요"라고 말하는 걸 보고 나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미 하고 있었습니다.
하브루타식 질문 중심 수업, 안내자로서의 교사, 시민성 교육의 생활화. 이 세 가지가 유대인 교육의 핵심이라면 우리나라 유치원 교육과정이 지향하는 방향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이를 얼마나 일관되게 실천하느냐가 관건이겠지만, 적어도 교실 안에서 아이들과 함께 바다 이야기를 나누고 줍깅을 계획하는 오늘의 작은 실천이 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다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