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요술실인가봐요” 털실을 감다가 모양을 발견한 아이들

richtop1 2026. 8. 13. 07:14

목차


    수학동화 『세상 밖으로 나온 모양』을 아이들과 읽었습니다. 책을 펼치기 전에는 표지를 먼저 보여주었습니다. 그리고 “이상한 점, 재미있는 점, 신기한 점이 있으면 말해봐”라고 했습니다. 저는 모양의 이름을 먼저 알려주기보다 아이들이 표지에서 무엇을 발견하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모양 수학동화를 활용한 유아 모양 탐색 활동

    표지에서부터 아이들의 생각을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질문지를 활용했습니다. 책에서 본 내용을 다시 떠올리는 질문, 이야기를 다른 방향으로 상상해보는 질문, 나라면 어떻게 했을지 생각해보는 질문을 차례로 나누었습니다.

    “모양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면 어디로 갈 것 같아?”

    이처럼 정답이 하나로 정해지지 않은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아이들의 대답이 한 방향으로 모이지는 않았습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서로 다른 것을 발견했고, 친구의 말을 듣다가 자기 생각을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질문을 많이 준비하는 것보다 아이가 한 말을 듣고 다음 질문을 이어가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털실을 감았더니 없던 모양이 생겼습니다

    그림책에서 만난 모양은 손으로 만들어보는 놀이로 이어졌습니다.

    원형 종이접시 가장자리의 홈에 털실을 이리저리 감아보는 ‘줄줄이 모양나라’ 활동이었습니다. 한 아이가 활동하는 데는 대략 10분 정도가 걸렸습니다.

    처음 실을 홈에 고정하는 부분과 마지막 매듭은 교사가 조금 도왔지만, 그 사이의 과정은 아이들이 직접 해보았습니다.

    실을 한쪽 홈에서 다른 쪽 홈으로 옮겨 감을 때마다 접시 안에는 새로운 선이 생겼습니다. 실이 겹치기도 하고 벌어지기도 하고, 방향을 바꿀 때마다 이전에는 없던 모양이 나타났습니다.

    처음부터 세모나 네모를 만들라고 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실을 당기고 방향을 바꾸며 자신이 만든 선과 모양을 바라보게 했습니다.

    종이접시와 털실을 이용해 선과 모양을 찾아보는 유아 수학놀이

    “요술실인가봐요, 모양이 막 나왔어요”

    그러던 중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요술실인가봐요, 실만 감았는데 모양이 막 나왔어요.”

    저는 그 말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아이에게는 단순히 실을 감는 활동이 아니라, 아무것도 없던 공간에서 새로운 모양이 나타나는 경험이었던 것입니다.

    수학동화를 읽은 뒤 손으로 직접 만들어보는 과정에서 ‘모양’이 책 속 그림이 아니라 눈앞에서 계속 달라지는 것이 되었습니다.

    “이건 트리케라톱스 뿔 같아요!”

    다른 아이는 자신이 만든 모양을 보며 말했습니다.

    “선생님, 이건 트리케라톱스 뿔 같아요!”

    또 다른 아이는

    “여기 우리 집 후라이팬인데!”

    라고 했습니다.

    교사가 “이것은 세모야”, “이것은 원이야”라고 이름을 알려주기 전에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사물과 경험을 끌어와 모양에 이름을 붙였습니다.

    공룡을 떠올린 아이에게는 뿔이 보였고, 익숙한 생활도구를 떠올린 아이에게는 후라이팬이 보였습니다. 같은 접시와 같은 털실로 활동했지만 아이들이 찾아낸 것은 모두 달랐습니다.

    그날 놓친 질문 하나가 오래 남았습니다

    이런 순간에는 교사가 아이의 말을 바로 정리해버리지 않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그래, 세모구나”라고 끝내기보다 아이가 무엇을 보고 트리케라톱스의 뿔이라고 생각했는지 조금 더 들어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날 저는 한 가지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트리케라톱스 뿔을 찾았네. 그 옆에 있는 선은 어떤 모양처럼 보여?”

    라고 한 번 더 물었다면 아이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었을 텐데, 활동을 진행하느라 그 타이밍을 놓쳤습니다.

    수업을 하고 나면 늘 잘된 장면만 남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흥미로운 말을 꺼냈을 때 교사가 얼마나 오래 기다리고, 다음 말을 이어갈 수 있도록 묻느냐에 따라 같은 활동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질문지를 준비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실제 교실에서는 아이의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웠습니다.

    수학동화가 손으로 만지는 놀이가 되었습니다

    『세상 밖으로 나온 모양』 활동에서 제가 가장 기억하는 것은 아이들이 도형의 이름을 몇 개 알게 되었는지가 아닙니다.

    표지를 보고 궁금한 것을 말하고, 책을 읽고 서로 다른 생각을 나누고, 털실을 직접 감아보며 우연히 생긴 선에서 자신만의 모양을 발견했던 과정입니다.

    “요술실인가봐요.”

    아이의 그 한마디처럼 털실 몇 가닥이 아이들 눈에는 새로운 모양을 발견하는 재료가 되었습니다.

    수학동화 한 권은 그렇게 책에서 끝나지 않고 손으로 만지고, 찾아보고, 자기 말로 설명하는 놀이가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