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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를 들으면 배운 내용의 5%만 기억에 남지만, 스스로 설명하면 90%가 남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이 수치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솔직히 좀 멍했습니다. 유치원 현장에서 매일 아이들과 함께하면서도, 정작 '어떻게 배우게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가르칠 것인가'에만 집중해왔다는 걸 그때 깨달았거든요.
질문 하나가 만들어낸 것들
하브루타(Havruta)란 유대인 전통 교육 방식으로, 둘이 짝을 지어 서로 질문하고 토론하며 함께 답을 찾아가는 학습법입니다. 여기서 핵심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만드는 것'에 있습니다. 유대인 교육 철학의 중심에는 "최고가 되는 것보다 다르게 생각하라"는 명제가 있는데, 이 철학이 하브루타의 뿌리입니다.
사소한 질문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말, 처음엔 좀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그런데 살만 칸이라는 인도계 미국인이 "왜 가난한 아이들에게는 배움의 기회가 없을까"라는 질문 하나로 칸 아카데미(Khan Academy)를 만들었습니다. 낡은 컴퓨터 한 대로 시작한 이 플랫폼이 지금은 15개국 이상의 언어로 무료 교육을 제공하는 세계적 교육 재단이 되었습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현재도 핵심 콘텐츠는 전 세계 학습자에게 무료로 제공되고 있다고 합니다. 질문의 힘을 보여주는 가장 설득력 있는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반크(VANK)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기태 씨가 유학 시절 "내가 만나는 외국인에게 나라를 알리는 민간 외교관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작은 물음에서 시작해, 지금은 세계 최대 민간 외교 단체로 성장했습니다. 사소하다고 여겼던 질문 하나가 조직을 만들고 사회를 바꾼 셈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보는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브루타식 토론이 자리를 잡기 시작하면, 아이들은 정해진 답을 찾으려 하기보다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친구에게 먼저 묻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이 제가 교실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이에요. 정답이 아니라 해답을 스스로 만들어가는 과정, 그것이 하브루타 교육이 말하는 핵심입니다.
- 하브루타: 둘이 짝을 지어 질문·토론으로 함께 사고하는 유대식 학습법
- 칸 아카데미: "왜 배움의 기회가 없을까"라는 질문에서 탄생한 무료 교육 플랫폼
- 반크: 민간 외교관이라는 질문 하나로 시작해 세계 최대 민간 외교 단체로 성장
- 강의 수강 기억률 5% vs. 직접 설명 시 기억률 90% — 학습 설계의 방향을 바꾸는 수치
요약: 하브루타 교육의 본질은 정답이 아닌 질문이며, 사소한 물음 하나가 개인을 넘어 세상까지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다름 존중, 교실에서 직접 해봤더니
세계시민교육(Global Citizenship Education)이란 학습자가 세계의 다양한 문화와 가치를 이해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역량을 기르는 교육입니다. 쉽게 말해 "다르다는 것이 틀린 것이 아니다"라는 감각을 몸으로 익히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 개념을 교실 안에서 '다가치 세계문화 축제'라는 이름으로 직접 구현해봤습니다.
동화를 중심으로 한 프로젝트 수업을 설계하면서, 단순히 세계 문화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경험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그림책 만들기, 세계 악기 연주, 세계 의상 입어보기, 그리고 베트남 월남쌈과 인도 카레를 직접 만들어 먹는 요리 활동까지 이어졌습니다. 특히 형님 반 아이들이 정성껏 준비한 월남쌈을 동생들과 나눠 먹는 장면은 제가 직접 옆에서 지켜보면서도 뭉클했습니다. 음식 하나가 그렇게 자연스럽게 문화를 연결해줄 줄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문화적 감수성(Cultural Sensitivity)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과 다른 문화 배경을 가진 사람을 만날 때 판단 없이 수용하는 태도를 말합니다. 유아기에 이 감수성이 형성되면 이후 또래 관계에서의 배타성이나 왕따 문제가 구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국제 아동 교육 기관들도 유아기 다문화 감수성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하브루타 방식으로 짝을 매일 바꾸며 함께 생각을 나누는 교실에서는, 어제의 낯선 친구가 오늘의 토론 파트너가 됩니다. 이 과정을 제가 반 아이들과 반복해봤더니, 반 분위기 자체가 달라지는 걸 느꼈습니다. 소외되는 아이가 줄고, 먼저 말을 거는 아이가 늘었어요.
한 가지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걸 보고 "그럼 갈등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그 반대라고 봅니다. 아이들이 갈등을 겪고 그것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 자체가 자존감 형성의 핵심입니다. 부모가 그 갈등을 미리 제거해주려 할수록, 아이는 정작 스스로 서는 힘을 기를 기회를 잃습니다. 제가 현장에서 수없이 확인한 사실입니다.
요약: 세계시민교육과 하브루타를 결합한 현장 경험에서, 다름을 '몸으로 겪게' 하는 것이 가장 강력한 자존감 교육임을 확인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브루타 교육은 유치원생한테도 적용할 수 있나요?
A. 적용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많고, 저도 그쪽입니다. 다만 유아기에는 거창한 토론보다는 "왜 그렇게 생각해?"라고 짝꿍에게 묻는 것에서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을 때도 아이들은 생각보다 훨씬 자연스럽게 자기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나이가 어려도 질문을 받으면 생각한다는 것, 그게 핵심입니다.
Q. 아이들 갈등을 부모가 개입하면 안 되나요?
A. "개입 자체가 나쁘다"는 극단적 입장보다는, 개입의 시점과 방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위험하거나 지속적인 폭력 상황이면 물론 개입해야 합니다. 그런데 일상적인 또래 갈등, 예를 들어 장난감 싸움이나 의견 충돌 정도라면, 조용히 지켜보며 기다리는 것이 아이의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데 훨씬 효과적입니다. 제가 현장에서 반복적으로 확인한 부분입니다.
Q. 칸 아카데미 강의는 정말 무료인가요?
A. 기본 강의는 무료입니다. 살만 칸이 처음 낡은 컴퓨터 한 대로 시작했던 정신 그대로, 지금도 핵심 콘텐츠는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습니다. 15개국 이상 언어로 번역되어 있어 언어 장벽도 낮습니다. 관심 있다면 직접 검색해보시는 걸 권합니다. 박사급 이상의 내용이 그냥 열려 있다는 게 실제로 보면 좀 놀랍습니다.
Q. 세계시민교육, 유아기에 시작하기엔 너무 이르지 않나요?
A. 이르다고 보는 분들도 있는데, 저는 오히려 이 시기가 가장 적기라고 생각합니다. 문화적 감수성은 이론보다 경험으로 형성되는데, 유아기 아이들은 편견 없이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이 가장 높습니다. 월남쌈을 처음 먹어본 아이들이 "이거 맛있다"며 베트남에 관심을 갖게 되는 것처럼, 몸으로 먼저 경험하게 해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운 시작입니다.
결론
다름을 인정하는 교육은 거창한 커리큘럼에서 시작하지 않습니다. 제가 경험한 것처럼 "왜 그렇게 생각해?"라는 질문 하나, 함께 월남쌈을 말아보는 경험 하나가 아이들의 내면에 생각보다 깊은 흔적을 남깁니다. 하브루타 교육이 말하는 것도 결국 이겁니다. 정답을 주는 대신 질문을 하게 하고, 혼자 외우는 대신 둘이 나누게 하는 것.
부모로서, 교사로서 우리가 먼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갈등을 막는 것이 아니라 그 갈등을 조용히 응원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름이 틀린 것이 아님을 가르치려면, 어른부터 그것을 믿고 있어야 하니까요. 지금 당장 아이와 마주 앉아 오늘 있었던 일 하나를 물어보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