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가을에 아이들과 숲 프로젝트를 했습니다.
특별한 숲을 찾아간 것은 아니었습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계속 찾아가던 같은 숲이었습니다.
달라진 것은 계절이었습니다.
여름까지 푸르던 잎의 색이 달라지고, 바닥에는 낙엽이 쌓이고, 아이들이 발견하는 것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저는 그 변화를 아이들이 직접 발견했으면 했습니다.
매주 같은 숲에 가도 아이들이 보는 것은 달랐습니다
숲에 가면 아이들은 보고 끝내지 않았습니다.
주워온 나뭇가지로 산가지 놀이를 하고, 나뭇잎을 천에 대고 두드려 모양을 표현해보기도 했습니다.
나뭇잎 모양이 천에 나타나자 한 아이가 신이 나서 말했습니다.
“탁탁 치면 나뭇잎 모양이 나와요!”
같은 숲을 반복해서 찾아갔지만 아이들은 매번 다른 것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나뭇잎이나 나뭇가지처럼 눈에 잘 띄는 것을 가져오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프로젝트가 이어질수록 아이들이 나무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그냥 “나뭇잎이다” 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모양을 보고, 색을 보고, 전에 봤던 모습과 비교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느 날 아이들이 ‘숲 큐레이터’가 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이 숲 큐레이터가 되어 나무를 설명했습니다.
한 아이가 나무 앞에 서서 말했습니다.
“이 잎은 침엽수입니다. 침엽수는 잎이 뾰족하게 생겼는데, 이 나무는 앞으로 빨간색이 될 것 같습니다.”
아이 입에서 그런 설명이 나오는 모습을 보니 재미있었습니다.
교사가 설명하고 아이들이 듣는 시간이 아니라, 아이가 자기가 관찰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보면서 숲에 대해 얼마나 많이 알려줬는가보다 아이가 무엇을 보고 무엇을 궁금해하게 되었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은행나무 앞에서 나온 질문 하나
특히 기억에 남는 아이가 있습니다.
은행나무 앞에서 한참을 보고 있더니 저에게 물었습니다.
“선생님, 이 나무는 왜 다른 나무보다 늦게 노랗게 돼요?”
저도 그 자리에서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아는 척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글쎄, 우리 같이 찾아볼까?”
저는 그날의 대화가 그렇게 끝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다음 날 그 아이가 집에서 내용을 조사해왔습니다.
그리고 자기가 알아온 것을 반 친구들 앞에서 직접 설명했습니다.
저는 그 아이가 그렇게 적극적으로 앞에 나서는 모습을 처음 봤습니다.
답을 바로 알려주지 않았더니 다음 날까지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그 일을 겪고 나서 저는 아이들의 질문을 대하는 제 모습을 다시 보게 됐습니다.
교사는 아이가 질문하면 답을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 역시 알고 있는 내용이라면 설명부터 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날은 제가 답을 몰랐습니다.
그래서 “같이 찾아보자”고 했을 뿐인데 질문이 교실에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는 집에 가서 다시 궁금해했고, 알아봤고, 다음 날 친구들에게 설명했습니다.
만약 제가 그 자리에서 답을 바로 알려줬다면 아이가 다음 날까지 그 질문을 가지고 있었을까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봄부터 다니던 같은 숲이었고, 늘 보던 나무였습니다.
그런데 여러 번 보고 계절의 변화를 지켜보자 아이의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저에게도 그날 이후 달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아이에게 질문을 받았을 때 모든 답을 제가 먼저 말해주려고 하지 않게 된 것입니다.
가끔은 “글쎄, 우리 같이 찾아볼까?”라는 말 하나가 아이의 생각을 다음 날까지 이어주기도 한다는 것을 그 아이에게 배웠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