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사랑하는 마음이 많아서 웃는 거예요” 세계의 친구들을 생각하기 시작한 아이들

richtop1 2026. 8. 11. 17:44

목차


    월드컵처럼 여러 나라에 관심이 높아지는 시기가 되면 아이들은 교실에서도 자연스럽게 세계에 대한 질문을 꺼냈습니다.

    “선생님, 저 나라는 어디에 있어요?”

    저는 그 관심을 국기나 나라 이름을 외우는 데서 끝내지 않고, 세계 여러 곳에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그때 함께 살펴본 책이 한비야 작가의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였습니다. 처음에는 내용이 유아들에게 조금 무겁지 않을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책의 모든 내용을 알아야 한다는 부담 없이,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 자신에게 마음에 남는 장면을 골라 이야기했습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책을 보며 세계 여러 나라와 나눔에 대해 이야기하는 유아 활동

    “사랑하는 마음이 많아서 웃는 거예요”

    책 표지의 인물이 지도를 들고 웃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많아서 웃는 거예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잠시 멈췄습니다. 교사가 먼저 ‘사랑’이나 ‘나눔’을 설명하지 않았는데도 아이는 그림 속 표정을 보며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

    다른 아이는 이렇게 물었습니다.

    “아프리카 친구들은 유치원에 놀이터가 있어요?”

    그 질문을 계기로 세계 여러 곳에 사는 친구들의 생활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우리가 사는 곳과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른지, 모든 아이가 똑같은 환경에서 생활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살펴봤습니다.

    “우리 집이 빵집이니까 택배로 보내주면 어때요?”

    책을 살펴본 뒤에는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질문으로 남겼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뭐야?”

    “왜 책 제목이 지도 안이 아니라 지도 밖일까?”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지구에 살고 있잖아요.”

    또 다른 아이는 어려운 친구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지 이야기하다가 자신의 가족 경험을 떠올렸습니다.

    “우리 집이 빵집이니까 택배로 빵을 보내주면 어때요?”

    교사가 도움의 방법을 정해주는 대신 아이가 자신이 알고 있는 생활 속 방법으로 해결책을 생각해본 장면이었습니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책을 살펴본 뒤 아이들이 만든 세계와 나눔에 관한 질문 목록

    아이들이 자기 생활에서 나눔을 찾아냈습니다

    활동을 하면서 저는 ‘세계시민’이라는 말을 먼저 설명하기보다 아이들의 경험을 들었습니다.

    “우리 아빠랑 쓰레기 줍는 플로깅 했어요.”

    “엄마가 장바구니 들고 다녀요.”

    세계의 문제를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생각하지 않고 자신이 집에서 보았거나 해본 행동과 연결해 말한 것입니다.

    아이들과 세계의 친구들에게 보내는 평화의 편지를 만들고, 긴급구호물품을 전달하는 역할놀이도 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의 악기를 연주하고 평화의 지구를 만들어보는 활동으로도 이어졌습니다.

    “함께는 나도 좋아야 하고 친구도 좋아야 해요”

    어느 날 아이들에게 ‘함께’와 ‘나눔’이 무엇인지 물었습니다.

    “함께는 나도 좋아야 하고 친구도 좋아야 하는 거예요.”

    “나눔은 내 것을 반으로 주는 거예요.”

    짧은 말이었지만 아이들이 자신이 이해한 의미를 자기 언어로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굿네이버스 나눔활동에도 참여했습니다. 교실에는 저금통을 두었고 아이들은 동전을 모아왔습니다. 큰 금액을 모으는 것이 목적이라기보다, 누군가를 돕고 싶다는 마음을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은 행동으로 옮겨보는 경험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모두 함께 세계행진을 했습니다

    프로젝트의 마지막에는 ‘우리 유치원 세계행진’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은 여러 나라의 의상과 깃발을 들고 형님반과 동생반이 함께 유치원 곳곳을 걸었습니다.

    처음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를 꺼냈을 때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책이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수업을 마친 뒤 제 기억에 남은 것은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내용을 이해했는지가 아니었습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많아서 웃는 거예요.”

    “우리 집이 빵집이니까 택배로 빵을 보내주면 어때요?”

    책 속 다른 사람의 삶을 보며 자기 경험을 꺼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하기 시작한 아이들의 말이었습니다.

    저에게 이 활동은 세계 여러 나라의 이름을 많이 아는 수업이라기보다, 내가 사는 곳 밖에도 다른 삶이 있다는 것을 아이들과 함께 바라본 시간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