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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처음 하브루타라는 단어를 접했을 때, "이게 또 유행 교육법이구나" 싶었습니다.한참 하브루타 열풍이 불던 시절, 학원까지 생겨나며 "이걸 안 하면 아이 사고력이 뒤처진다"는 분위기가 팽배했습니다. 교육 커뮤니티에서는 하브루타식 발문(發問)—교사나 부모가 아이에게 던지는 의도적 질문—을 쓰지 않으면 학습 효과가 없다는 말까지 나왔고, 따라가지 않으면 교육열 없는 부모로 취급받기 쉬운 분위기였습니다.
저도 자료를 찾아보며 영상들을 하나씩 열어봤습니다.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화면 속에서 설명하는 교육 방식이 제가 매일 교실에서 하고 있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거든요. "짝과 끊임없이 질문하고 토론하며 배움이 일어나는 학습법"이라는 설명을 읽으면서, 저는 오히려 "그럼 우리 유치원 수업도 하브루타잖아?"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브루타(Havruta)는 히브리어 '하베르'에서 온 말로, '짝' 또는 '동료'를 뜻합니다. 유대인들이 토라와 탈무드를 둘씩 짝지어 토론하며 익혀온 3천 년 전통의 학습법입니다. 쉽게 말해, 정답을 외우는 것이 아니라 짝과 함께 질문을 주고받으면서 스스로 생각의 깊이를 만들어가는 방식입니다. 이 틀 안에서 보면, 우리 유치원 교실의 그림책 토론과 극놀이 활동이 이미 그 방향을 걷고 있었던 셈입니다. 그리고 9월 우리나라 생활주제를 준비하면서 전래동요로 한 달을 꽉 채워 아이들과 놀아보니, 그 생각은 확신으로 바뀌었습니다. 외국에서 건너온 거창한 이름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 방식으로요.
전래동요 한 곡으로 시작한 한 달의 기록
9월, 만 3세 아이들과 우리나라 생활주제를 시작하면서 중심 도서로 선택한 것은 한국전래동요를 활용한 작은책 시리즈였습니다. 거창한 이론보다 먼저, 첫날 교실에서 꼬마야꼬마야를 틀었습니다. 반복되는 쉬운 음률 덕분에 아이들은 금세 노랫말을 흥얼거리기 시작했고, 채 10분도 안 돼서 몸을 흔들고 있었습니다.
전래동요(傳來童謠)란 조상 때부터 내려온 어린이들의 노래로, 유아의 생활 감정과 심리를 담고 있습니다. 단순히 따라 부르는 것만으로도 언어적 심미감을 키우고, 공격적 감정을 승화시켜 정서발달을 돕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누리과정 포털). 실제로 제가 경험해보니 이 설명이 과장이 아니었습니다. 꼬부랑 할머니 노래를 부를 때 한 아이가 허리를 잔뜩 구부리며 "할머니는 이렇게 걸을 것 같아요"라고 했고, 고개를 넘어서는 장면에서 "다 넘어서 기뻐하는 모습이에요"라며 표정까지 지어 보였습니다.
여우야여우야 뭐하니 놀이에서는 예상 밖의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이름을 가사에 집어넣더니, 모둠별 친구 이름을 차례로 이어 노래를 만들어갔습니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에서 시작해 토끼의 귀는 핑크, 핑크는 복숭아, 복숭아는 맛있어, 맛있으면 수박, 수박은 동그라미, 동그란 건 시계, 시계는 계속 돌아, 계속 돌면 팽이, 팽이는 민속놀이로 이어지는 우리반표 끝말잇기 버스 노래가 탄생했습니다. 이건 어른이 기획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낸 창작입니다.
- 의식주 문화 탐구: 한복 명칭(의), 옛날 집 구성(주), 전통음식 조사(식)
- 우리나라 전통놀이 체험: 딱지치기, 땅따먹기, 사방치기, 제기차기, 투호던지기
- 박물관 방문 후 "옛날 악기 징소리는 진짜 천둥소리 같아"라는 아이 말 그대로의 감상 표현
- 반별 인기 전래동요 1·2·3위 선정 후 전래동요전 개최 및 트로피 시상

메타인지를 높이는 질문,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브루타 교육에서 가장 수준 높은 질문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나라면?' 형식의 질문입니다. 메타인지(Metacognition)란 자기 자신의 사고 과정을 스스로 인식하고 조절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지금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인데, 이 능력이 높을수록 학습 효율도 올라갑니다.
전래동화와 전래동요는 이 메타인지를 자극하기에 더없이 좋은 재료입니다. 혹부리 영감 극놀이를 하며 아이들은 도깨비가 되기도 하고 혹부리 영감이 되기도 했습니다. "도깨비처럼 생겼어요. 우리 동네에는 없는데, 무섭게 생겨서 아주 잘 우리 동네를 지켜줄 것 같아요"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 말 한 마디 안에 감정 이입, 관점 이동, 자기 경험과의 연결이 모두 들어있습니다.
하브루타에서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가지고 "나무꾼이 왜 약속을 어겼을까?"라고 묻는 것처럼, 저는 전래동요와 전래동화 활동 안에서 비슷한 발문을 자연스럽게 던졌습니다. 우리집에 왜 왔니 놀이를 하면서 아이들이 스스로 편을 나누는 기준을 의논했는데, 호랑이차 친구와 코끼리차 친구가 한편이 되자고 의견을 낸 것이 바로 그 순간이었습니다. 정답을 주지 않았는데도 아이들은 스스로 이유를 만들고, 그 이유를 친구에게 설명했습니다.
이게 제가 경험한 하브루타입니다. 탈무드 원문을 펼쳐놓지 않아도, 꼬마야꼬마야 한 곡이면 충분했습니다.
하브루타의 핵심 세 문장, 이미 유치원에 있었습니다
하브루타 교육에서 부모와 교사가 자녀·학생에게 건네야 할 핵심 문장으로 세 가지가 자주 언급됩니다. "네 생각이 뭐야?", "왜 그렇게 생각했어?", "아, 그렇구나." 이 세 문장의 구조가 흥미로운 이유는,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고, 그 배경을 듣고, 판단 없이 수용하는 흐름으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출처: 교육부).
저는 이 구조가 우리 교실에서 늘 쓰이던 언어와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옛날 물건 작은 전시회를 열었을 때 한 아이가 "선생님! 옛날이랑 지금이랑 똑같은 것도 있고 다른 것도 있어요"라고 외쳤습니다. 그 말에 제가 "어, 그렇구나, 똑같은 게 뭐가 있었어?"라고 되물었더니 10분 넘게 아이 혼자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이것이 하브루타에서 말하는 경청과 인정의 대화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반 친구들에게 바깥놀이를 제안한 아이도 있었습니다. "우리 반이랑 너네 반이랑 우리집에 왜 왔니 하자!"고 직접 나가서 제안했습니다. 집 안에서 늘 자기 말이 존중받는 아이는 밖에서도 자기 생각을 꺼냅니다. 이 장면이 제겐 하브루타 교육의 효과를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준 순간이었습니다.
하브루타를 특별한 학원 프로그램으로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조금 다르게 봅니다. 우리나라 유치원은 이미 오래전부터 동화로, 전래동요로, 동시로 끊임없이 아이들과 이야기하고 질문하고 놀아왔습니다. 이름이 없었을 뿐, 그 본질은 같았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브루타 교육, 꼭 전문 학원을 보내야 효과가 있나요?
A. 학원이 필요하다고 보는 분들도 계신데, 제 경험상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하브루타의 핵심은 짝과 나누는 질문과 대화인데, 이는 부모가 아이에게 "네 생각이 뭐야?"라고 묻는 것 하나로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오늘 부른 전래동요 한 곡에 대해 아이에게 물어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시작점이 됩니다.
Q. 만 3세 아이에게도 하브루타 방식의 대화가 효과가 있나요?
A. 제가 직접 만 3세 아이들과 한 달을 해봤는데, 충분히 가능했습니다. 단, 복잡한 논리보다는 "이 친구는 왜 이렇게 했을까?",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같은 단순하고 따뜻한 질문이 훨씬 잘 통했습니다. 어린 나이일수록 정답 없는 질문에 오히려 더 자유롭게 반응합니다.
Q. 전래동요가 하브루타 교육에 왜 잘 맞는 건가요?
A. 전래동요에는 등장인물의 감정, 상황, 행동이 압축되어 있어 "왜 그랬을까?", "나라면?" 같은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질 수 있는 이야기 구조가 내장되어 있습니다. 탈무드를 모르는 아이들도 꼬마야꼬마야나 여우야여우야는 이미 알고 있으니, 시작이 훨씬 쉽습니다. 우리 정서에 맞는 재료라는 점도 크게 작용합니다.
Q. 아이 질문에 틀린 답이 나왔을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하나요?
A. 하브루타에서는 나쁜 질문이 없다는 전제를 깔고 시작합니다. 틀린 답이라는 판단 자체를 잠시 내려두고 "아, 그렇게 생각했구나, 왜 그렇게 생각했어?"로 이어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건 틀렸어"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는 다음 번에 질문을 삼키게 됩니다. 어렸을 때 쌓인 자유로운 질문의 경험이 나중에 수준 높은 사고력으로 이어집니다.
결론
한 달 동안 전래동요로 놀이한 아이들은 마지막에 반별 전래동요전을 열고 각자의 무대에 섰습니다. 트로피는 모든 학급이 받았습니다. 순위를 가리지 않은 이유는 하나입니다. 한 달 내내 질문하고, 이야기하고, 서로의 생각을 듣는 과정 자체가 이미 목적이었기 때문입니다.
하브루타를 특별한 교육법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는데, 저는 이미 우리 유치원이 그 길을 걷고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창한 이름이 붙기 전부터요. 근사한 교재보다 오늘 엄마아빠가 어릴 적 불렀던 전래동요 한 곡을 아이에게 불러주시고, 그 다음에 딱 하나만 물어보시면 됩니다. "이 노래 들으면 어떤 느낌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