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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교사와 원장으로 25년을 살아온 제가, 정작 집에서는 아이에게 "책 읽어라"고 말하면서 제 손에는 핸드폰이 들려 있었던 겁니다. 배우 김남주·김승우 부부의 교육 방식을 접하면서 그 민낯을 제대로 들켰습니다. 동화 한 권이 어디까지 뻗어나갈 수 있는지, 그리고 부모의 자세가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하브루타: 책 읽어주는 것보다 훨씬 강한 방법
일반적으로 독서교육이라 하면 부모가 책을 읽어주거나 아이 혼자 읽게 두는 방식을 먼저 떠올립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고, 교사 시절에도 "좋은 책을 많이 읽히는 것"이 전부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현장에서 부딪혀보니 그게 아니더라고요.
하브루타(Havruta)는 유대인 전통에서 비롯된 질문·대화 중심 학습법입니다. 여기서 하브루타란 단순히 "질문을 많이 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는 과정 자체를 통해 아이 스스로 사고의 근육을 키워가는 방식을 의미합니다. 책 한 권을 읽은 뒤 "재미있었어?"로 끝내는 것과, "오소리 아줌마는 왜 꽃밭을 포기했을까?" 하고 되묻는 것은 아이의 머릿속에 전혀 다른 회로를 만들어냅니다.
김남주·김승우 부부가 이 방식을 실천하는 방법이 흥미로웠습니다. 부모가 먼저 책을 펴고 읽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원칙인데, 김승우는 전날 늦게 잠들었어도 아이 등원 전에 일부러 일어나 책 읽는 모습을 연출한다고 밝혔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를 들었을 때 저는 "그게 가능해?"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저도 유치원 현장에서 독서 시간에 교사가 책을 들고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책 선택 빈도가 눈에 띄게 달라지는 걸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어른이 몸으로 보여주는 것, 그게 말 한 마디보다 셉니다.
김남주는 "아이들에게 부모는 거울"이라는 표현을 씁니다. 교육학에서 사회학습이론(Social Learning Theory)이라고 부르는 개념과 맞닿아 있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는 설명을 듣고 배우는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배운다는 이론입니다. 25년 현장 경험상 이 이론은 그냥 이론이 아닙니다. 책을 자주 펼치는 교사의 반 아이들이 자유 선택 활동 시간에 책을 더 많이 고릅니다.

독서 환경 조성: 책꽂이에 꽂힌 책은 읽히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책은 책꽂이에 가지런히 정리해두는 것이 좋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다릅니다. 책꽂이에 빽빽하게 꽂혀 있는 책은 아이도, 어른도 잘 꺼내 읽지 않습니다. 시각적으로 "정리된 물건"으로 인식되는 순간 손이 안 갑니다.
저는 지금 소파 옆에도, 식탁 옆에도, 침대 머리맡에도 책을 쌓아둡니다. 정리되지 않은 것처럼 보이지만 그게 의도입니다. 손이 닿는 곳에 책이 있으면 무의식적으로 펼쳐보게 됩니다. 이건 독서 심리학에서 말하는 접근성 효과(Accessibility Effect)와 연결됩니다. 여기서 접근성 효과란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자극이 물리적으로 가까울수록 그 행동의 빈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의미합니다. 책이 눈에 보이고 손에 닿아야 읽힙니다.
서민갑부로 알려진 독서가 고명환의 방식도 비슷한 맥락입니다. 한 권을 끝까지 읽으려 애쓰기보다 장르가 다른 5~10권을 골라 하루에 각각 5페이지씩만 읽으면 한 달 뒤에 여러 권을 완독할 수 있다는 방식인데, 저는 이 방법이 특히 아이에게 적합하다고 봅니다. 아이들은 집중 지속시간이 짧고 관심사가 넓기 때문에, 한 권에 매달리기보다 여러 권을 넘나드는 환경 자체가 독서 습관의 토대를 만들어줍니다.
김남주·김승우 부부가 학교를 선택할 때 명문 브랜드보다 전통과 스포츠 활동을 중시하는 학교를 택했다는 점도 같은 철학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결과물보다 환경을 먼저 설계한다는 관점입니다.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이 읽어라"고 다그치기 전에, 읽고 싶어지는 환경을 먼저 만드는 것이 순서입니다.
유아기 독서 환경의 중요성은 여러 연구에서도 확인됩니다. 출처: 한국학술지인용색인(KCI)에 수록된 유아교육 관련 연구들을 보면, 가정 내 도서 노출 빈도와 아이의 언어 발달 수준 사이에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는 결과가 반복적으로 나타납니다. 또한 출처: Child Trends의 보고서에서도 만 5세 이전에 가정에서 책을 자주 접한 아이들이 이후 학습 참여도와 어휘력에서 통계적으로 높은 수치를 보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이런 데이터를 들이밀지 않아도, 25년 현장에서 제가 직접 확인한 사실이기도 합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브루타 교육법은 몇 살부터 시작할 수 있나요?
A. 하브루타는 말을 시작하는 만 2~3세부터 적용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이 그림에서 뭐가 보여?" 같은 단순한 열린 질문으로 시작하면 충분합니다. 일반적으로 초등학생 이상이어야 효과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있는데, 제 경험상 유아기의 질문 대화가 오히려 사고 습관 형성에 더 결정적입니다.
Q. 문학적 접근법은 가정에서도 할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동화를 읽은 뒤 등장인물을 종이로 오리거나, 이야기 속 음식을 함께 만들거나, 비슷한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문학적 접근법의 핵심 원리를 실천하는 겁니다. 유치원처럼 5개 영역을 체계적으로 연결하지 않아도, 책에서 출발한 놀이 하나가 아이에게는 충분한 확장 경험이 됩니다.
Q. 아이가 책에 전혀 관심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책 자체를 권하기 전에 먼저 환경부터 바꿔보시길 권합니다. 책꽂이에서 꺼내 소파 옆이나 식탁 위에 올려두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손이 닿는 빈도가 달라집니다. 제 경험상 "책 읽어라"는 말보다 부모가 책을 펼치고 앉아 있는 모습이 아이의 책 선택 빈도를 훨씬 빠르게 끌어올립니다.
Q. 김남주 김승우 부부는 어떤 교육 원칙을 강조하나요?
A. 핵심은 부모가 먼저 모범을 보이는 것입니다. 강압적 훈육보다 대화와 질문으로 아이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하브루타 방식을 실천하며, 명문 학교보다 아이의 행복한 성장에 맞는 환경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학교 선택에서도 스포츠와 전통 활동을 중시하는 곳을 택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유아교육을 25년 해온 제가 정작 집에서는 핸드폰을 들고 있었다는 사실이, 이 글을 쓰는 내내 머릿속에 맴돌았습니다. 하브루타든, 문학적 접근법이든, 독서 환경 조성이든 — 결국 출발점은 부모가 먼저 책을 펼치는 그 단순한 행동 하나입니다.
지금 당장 책꽂이에 가지런히 꽂혀 있는 책 두세 권을 꺼내 소파 옆에 놓아두는 것부터 시작해보시길 바랍니다. 거창한 독서 계획보다 그 한 걸음이 훨씬 강합니다. 동화 한 권이 아이들의 가든파티로 이어진 것처럼, 작은 시작이 예상 밖의 곳까지 닿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