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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아이들에게 “아껴 써”, “하지 마”, “정리해”라고 말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니 중요한 건 어른이 기준을 대신 정해주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왜 그래야 하는지 생각해보고, 자기 말로 기준을 만들어보는 과정이 더 오래 남았습니다.
“사고 싶어요” 다음에 이유를 물었습니다
스마트폰을 주제로 프로젝트 수업을 했을 때였습니다.
아이들에게 스마트폰 이야기를 꺼내면 가장 자주 나오는 말은 “사고 싶어요”였습니다.
그런데 왜 갖고 싶은지 물으면 바로 대답하는 아이는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한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많이 하면 어떻게 될까?”라고 물었습니다.
아이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빠랑 약속해서 정해진 시간만 했어요.”
저는 그 말을 듣고 잠깐 멈췄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이미 스마트폰을 하고 싶다는 마음과 함께, 사용할 때 지켜야 할 약속이라는 기준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폰 쓰려면 약속을 지켜야 해요”
아이들과 스마트폰의 좋은 점과 불편한 점을 함께 이야기했습니다.
무조건 좋다고 하지도 않았고, 무조건 나쁘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진을 찍을 수도 있고, 멀리 있는 사람과 이야기할 수도 있지만 너무 오래 사용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그러자 한 아이가 자기 생각을 정리해 말했습니다.
“스마트폰 쓰려면 정확한 약속을 지키고 써요.”
제가 외우라고 알려준 문장이 아니었습니다.
여러 이야기를 듣고 자기 나름대로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저는 이런 말을 들을 때 아이가 단순히 규칙을 따르는 것과 자기 기준을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걸 느낍니다.
처음에는 아까워하던 아이가 직접 가져왔습니다

교실에는 ‘나눔 상자’도 있었습니다.
집에서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장난감이나 다 읽은 책 가운데 자기가 나누고 싶은 것을 골라 가져오는 상자였습니다.
처음에는 아까워서 선뜻 넣지 못하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몇 주가 지나자 그 아이가 물건을 직접 들고 와 말했습니다.
“이거 동생반 줄래요.”
저는 그 순간이 참 반가웠습니다.
처음부터 “나눠야 착한 아이야”라고 강요한 것이 아니라, 보고 경험하면서 아이가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아주 작은 일에서도 같은 모습이 보였습니다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때 한 아이는 이런 이야기도 했습니다.
“사진 찍는 거 좋아하니까 나중에 스마트폰 생기면 배경을 내 사진으로 할 거예요.”
처음의 “사고 싶어요”와는 조금 다른 말이었습니다.
자기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고, 스마트폰을 어떻게 쓰고 싶은지도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거창한 활동에서만 생긴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매일 쓰던 물건을 제자리에 두는 일, 자기가 사용한 것을 정리하는 일에서도 비슷한 모습을 봅니다.
매일 아침 자기 이불을 직접 정리하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삐뚤빼뚤하게 접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스스로 정리하는 모습이 달라졌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중요한 건 이불을 얼마나 반듯하게 접었느냐가 아니었습니다.
자기가 사용한 것을 자기가 마무리하는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아이에게 무언가를 하지 말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생각해보게 합니다.
왜 필요한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기는 어떤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말입니다.
어른이 정해준 규칙은 잊을 수 있지만, 아이가 자기 입으로 만든 기준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는 걸 교실에서 여러 번 보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