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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사로 처음 발령받던 해, 저는 아이들 앞에서 그림책 한 권을 읽어주고 “재밌었지?”라는 말로 수업을 마치곤 했습니다.
아이들이 책을 읽고 어떤 생각을 했는지 더 듣고 싶었지만, 어떻게 질문해야 할지 잘 몰랐습니다.
그 고민으로 유대인들의 독서법에 관한 책을 찾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 한 권을 읽으며 아이에게 계속 질문을 던진다는 이야기를 접하고는 “어떻게 질문해야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습니다.
그 뒤로도 교사들과 함께 그림책에서 놀이를 찾고, 아이들이 책 내용을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질문을 고민해왔습니다. 25년이 지난 지금도 그 고민은 교실에서 계속되고 있습니다.

“레옹 얼굴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3월, 만 4세 아이들과 세르쥬 블로쉬의 『레옹의 유치원일기』를 읽었습니다.
유치원에 가는 날 신이 났다가 문 앞에서 표정이 굳어버리는 레옹의 그림을 보며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레옹 얼굴이 왜 이렇게 바뀌었을까?”
한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배 아픈 거 아니에요?”
저는 다시 물었습니다.
“왜 배가 아프다고 생각했어?”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저도 긴장하면 배가 아파요.”
레옹의 표정을 보며 시작한 이야기가 아이 자신의 경험으로 이어졌습니다. 다른 아이들도 레옹의 이야기를 보며 자기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책 속 유치원에서 우리 유치원으로
『레옹의 유치원일기』는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었습니다.
책을 여러 번 만나며 아이들은 레옹의 유치원 생활을 자신들의 생활과 연결해 이야기했습니다.
한 아이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선생님, 나도 레옹처럼 잘할 수 있어요.”
며칠 뒤에는 또 다른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레옹이 우리 유치원에 오면 좋겠어요! 그럼 심심하지 않고 엄청 재미있을 건데! 그쵸 선생님~!”
책 속 인물이 아이들에게 낯선 주인공으로만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레옹이 우리 유치원에 온다면 어떨지 상상하며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블록으로 유치원 가는 길을 만들었습니다
그림책에서 시작한 활동은 블록놀이로도 이어졌습니다.
아이들은 블록을 이용해 유치원 가는 길을 만들며 책에서 만난 공간을 놀이로 표현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직접 공간을 만들어보는 것은 서로 다른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책에서 보았던 장면을 떠올리고, 자신들이 알고 있는 유치원의 모습도 놀이에 담았습니다.
한 권의 책을 여러 번 다른 방법으로 만났습니다
유치원 연간 교육계획을 세울 때는 생활 주제에 맞는 중심 동화를 미리 선정하고, 한 권의 책을 여러 주 동안 다양한 활동으로 연결합니다.
그림을 보고 이야기를 상상하고, 책을 읽고, 역할극을 하고, 아이들이 직접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보는 방식입니다.
레지오 에밀리아 접근법 연수를 받았을 때도 아이들이 발견한 놀이를 다음 놀이로 이어가는 수업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모든 것을 한꺼번에 적용하기보다 교실에서 할 수 있는 활동부터 시도해왔습니다.
『레옹의 유치원일기』를 읽으며 아이들이 자신의 긴장했던 경험을 말하고, 레옹이 우리 유치원에 오면 좋겠다고 상상하고, 블록으로 유치원 가는 길을 만든 과정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재밌었지?” 다음에 한 번 더 물어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교사가 되었을 때는 그림책을 재미있게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수업을 잘 마쳤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책을 읽은 뒤 아이가 어떤 장면을 기억하는지,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 자기 경험과 연결되는 이야기는 없는지 더 듣고 싶습니다.
“배 아픈 거 아니에요?”라는 말에 정답을 알려주는 대신 “왜 배가 아프다고 생각했어?”라고 물었을 때, 아이는 “저도 긴장하면 배가 아파요”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25년 전 “재밌었지?”로 끝내던 그림책 시간이 이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듣고, 그 이야기가 다음 놀이로 이어질 수 있도록 고민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