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카테고리 없음

“안녕하십니까, 우리 반 기자입니다” 만들기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세계 탐구

richtop1 2026. 8. 22. 15:58

목차


    아이들이 마이크를 들고 옆 반 문을 두드릴 때까지만 해도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이게 정말 될까?’

    유치원 아이들이 다른 반에 찾아가 질문하고 인터뷰를 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조금 걱정됐습니다.

    그런데 나중에 촬영한 영상을 아이들과 함께 보면서 제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처음부터 기자 활동을 하려고 시작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습니다. 시작은 재활용품으로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물을 만들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피사의 사탑을 만들다가 질문이 시작됐습니다

    9월에 우리나라 프로젝트를 마치고 ‘세계 속의 우리나라’로 이야기를 넓혀갔습니다.

    아이들은 타지마할, 빅벤, 피사의 사탑, 에펠탑 같은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물을 살펴보고 재활용품으로 직접 만들어봤습니다.

    그런데 만드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들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유갑으로 탑을 만들던 아이가 자꾸 쓰러지는 탑을 보더니 물었습니다.

    “진짜 피사의 탑도 이렇게 만들다가 실수한 거 아니에요?”

    저는 그 질문이 참 재미있었습니다.

    피사의 사탑이 왜 기울었는지를 먼저 설명해줬다면 나오지 않았을지도 모르는 질문이었습니다.

    또 다른 아이들은 에펠탑을 보면서 궁금한 것을 말했습니다.

    “에펠탑 수리할 때 뭐 타고 올라가요?”
    “피사의 탑은 기울어졌는데 왜 안 무너져요?”

    제가 질문 목록을 만들어준 것이 아니었습니다. 손으로 직접 만들다가 잘되지 않으니 진짜 건축물은 어떻게 만들었는지가 궁금해진 것입니다.

    세계 여러 나라를 탐구한 세계시민교육 프로젝트

    궁금한 것을 조사해서 환경판에 붙였습니다

    아이들의 질문은 만들기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궁금한 내용을 찾아보고 알게 된 것을 환경판에 붙였습니다.

    처음에는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한 건축물을 만들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어느 순간 아이들이 궁금한 것을 찾고, 자기가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주는 활동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한 걸음 더 나갔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마이크를 들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리 반 기자입니다”

    아이들은 마이크를 들고 다른 반으로 인터뷰를 하러 갔습니다.

    옆 반 문을 두드리고 들어가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우리 반 기자입니다.”

    저는 그 목소리를 듣고 놀랐습니다.

    평소에는 낯을 많이 가리고 사람들 앞에서 발표하는 것도 어려워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를 들고 기자 역할을 맡으니 목소리가 달라졌습니다.

    저는 그 아이에게 “오늘은 발표를 크게 해보자”고 말한 적이 없었습니다. 기자라는 역할이 생기자 아이가 스스로 말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촬영한 영상도 함께 봤습니다.

    화면 속에서 질문하고 대답하는 자기 모습을 보며 아이들은 무척 재미있어했습니다.

    저 역시 그 영상을 보면서 처음 계획했던 수업보다 아이들이 훨씬 멀리 왔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마지막 질문은 ‘나는 어떤 사람이 될까?’였습니다

    프로젝트 마지막에는 아이들에게 다른 질문을 해봤습니다.

    “자라서 세계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어?”

    저는 아이들이 직업 이름 정도를 이야기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다른 답이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람보르기니를 만들 거예요.”

    “세상에서 제일 멋진 드론 만들어서 우리나라를 최고로 만들 거예요.”

    그래서 한 번 더 물었습니다.

    “그 꿈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들은 다시 자기 생각을 말했습니다.

    “수학도 잘해야 해요.”
    “자동차 책 많이 봐야 한대요.”

    세계 여러 나라의 건축물을 만들어보는 것으로 시작한 프로젝트가 마지막에는 아이들이 자기 미래를 이야기하는 데까지 이어졌습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처음부터 이 과정을 모두 계획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만들다가 생긴 질문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고,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것을 찾아볼 시간을 주었고, 알게 된 것을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그 과정에서 평소 발표를 어려워하던 아이가 마이크를 잡았고, 세계의 건축물을 보던 아이들은 어느새 자기가 앞으로 만들 자동차와 드론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순간 때문에 프로젝트 수업을 좋아합니다.

    시작은 제가 정할 수 있지만, 아이들이 어디까지 갈지는 시작할 때 저도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