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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에서 명화감상 수업을 하던 날, 모네의 《개양귀비》를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습니다.
그림 속에는 들판을 걷는 엄마와 아이가 있습니다. 저는 그림을 설명하기보다 먼저 아이들이 무엇을 보고 어떤 이야기를 떠올리는지 듣고 싶었습니다.
“이 엄마와 아이는 어디를 가고 있을까?”
질문을 던지자 아이들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같은 그림을 보고도 서로 다른 장면을 상상한다는 것이 흥미로웠습니다.

“엄마가 드레스를 입었잖아요”
모네의 《개양귀비》를 보며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이 엄마와 아이는 어디를 가고 있을까?”
한 아이가 먼저 말했습니다.
“캠핑이요!”
다른 아이는 그림 속 엄마의 옷을 보고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엄마가 드레스를 입었잖아요, 삼촌 결혼식에 가는 거예요.”
같은 그림을 보았지만 한 아이는 캠핑을, 다른 아이는 결혼식을 떠올렸습니다. 특히 드레스를 근거로 자신의 생각을 설명한 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림 속에서 그렇게 생각한 이유를 함께 살펴봤습니다. 명화감상은 화가의 이름이나 작품 제목을 아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이 그림을 보고 자기 경험과 연결해 말하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하트 소리요. 근데 하트는 조용해요”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감상할 때는 그림 속 마을에 들어간다고 상상해봤습니다.
제가 물었습니다.
“이 그림 속 마을에 들어가면 어떤 소리가 들릴까?”
아이들의 대답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이어졌습니다.
“반짝반짝 소리요. 엄마는 나를 사랑하니까요.”
“하트 소리요. 근데 하트는 조용해요.”
그림에는 실제 소리가 없지만 아이들은 자신이 상상한 소리를 말로 표현했습니다. 어떤 아이는 별빛을 소리로 떠올렸고, 어떤 아이는 하트를 떠올리면서도 조용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런 대답을 들을 때면 교사가 미리 준비한 설명보다 아이가 그림에서 발견한 이야기를 더 듣고 싶어집니다. 아이들이 말한 내용을 정답과 오답으로 나누기보다, 각자가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했는지 알아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모네의 빛 전시회가 우리 유치원의 체험관으로 이어졌습니다
어느 해에는 모네의 빛 전시회를 다녀온 뒤, 만 4세 8학급이 함께 명화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모네, 고흐, 클림트, 앙리 마티스를 테마별로 탐구하고, 아이들이 경험한 내용을 바탕으로 ‘빛 명화체험관’을 구성했습니다.
그림을 감상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화가의 표현 기법을 살펴보고,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표현하는 활동도 이어졌습니다.
아이들과 그림을 볼 때는 “왜 이렇게 그렸을까?”, “그때 기분이 어땠을까?”와 같은 질문도 나눴습니다. 한 작품을 여러 번 만나면서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부분을 새롭게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명화를 한 번 보고 지나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주 동안 감상과 표현, 놀이로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유치원 프로젝트의 장점이었습니다.

그림을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문해력은 글을 읽고 의미와 맥락을 이해하는 능력을 말합니다. 명화감상 자체가 글 읽기 능력을 곧바로 높여준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제가 교실에서 경험한 명화감상은 아이들이 그림 속 단서를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다른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기회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캠핑이요!”라는 대답과 “엄마가 드레스를 입었잖아요”라는 대답은 모두 같은 그림에서 출발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그림의 상황을 다르게 해석했습니다.
그림책을 읽을 때도 비슷한 질문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어떤 장면이 기억에 남는지, 자신이라면 어떻게 했을지 이야기해보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정해진 질문 단계를 모두 끝내는 것보다 아이가 실제로 떠올린 생각을 듣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 장의 그림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오래 기억합니다
25년 동안 유치원 현장에서 아이들과 책과 그림을 만나며, 저는 설명을 많이 하는 것보다 아이들의 말을 듣는 시간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번 느꼈습니다.
모네의 《개양귀비》 앞에서 캠핑과 결혼식을 이야기하던 아이들, 고흐의 밤하늘에서 조용한 하트 소리를 떠올리던 아이들의 말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그림 한 장이 모든 아이에게 같은 생각을 만들어주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서로 다른 경험과 상상을 꺼낼 수 있는 출발점이 되어줍니다.
명화감상 수업을 준비할 때 저는 이제 작품을 어떻게 설명할지만 고민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이 그림에서 무엇을 발견할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하며 그림을 펼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