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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로 노는 유아교육 (하브루타, 그림책놀이, 발문)

richtop1 2026. 8. 12. 15:59

목차


    유치원 교사로 20년 넘게 일하면서 이 질문을 수없이 받았습니다. "선생님, 우리 아이 똑똑하게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솔직히 처음엔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그런데 해가 갈수록 답이 선명해졌습니다. 동화책 한 권과 바깥놀이터 하나면 충분합니다. 아이가 스스로 질문하고 발견하는 순간, 그 표정이 모든 걸 말해줍니다.

     

    하브루타, 왜 유치원 현장에서도 통할까요?

    올해 교사들과 교육계획 협의를 진행하면서 저는 한 가지를 분명히 하고 싶었습니다. 그림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림책으로 놀아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만3세부터 만5세까지 연령별 책가방 활동을 새로 구성했는데, 그 기반이 된 것이 바로 하브루타 방식이었습니다.

    하브루타(Havruta)란 유대인 전통 교육 방식으로, 두 사람이 짝을 이뤄 질문하고 토론하며 함께 사고를 확장해 나가는 학습법입니다. 쉽게 말해 '답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질문을 주고받으며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가 직접 이 방식을 만3세 아이들과 적용해봤는데, 예상 밖의 장면을 목격했습니다. 벚꽃팝콘 그림책을 함께 보고 나서 "꽃잎 색에 어울리는 반짝이 가루를 얼마나 넣으면 좋을까?" 하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서로 다른 답을 내놓으며 논쟁을 시작한 것입니다.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저는 확신했습니다. 질문 하나가 수업 하나를 만든다는 것을. 한국유아교육학회에 따르면 유아기의 발문 중심 교육은 아동의 메타인지 발달과 언어 표현력 향상에 유의미한 영향을 미칩니다(출처: 한국유아교육학회). 여기서 발문(發問)이란 단순히 정답을 묻는 질문이 아니라, 아이의 사고를 촉진하고 확장시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계된 질문을 뜻합니다. 교사가 "벚꽃이 무슨 색이야?"라고 묻는 것과 "벚꽃이 팝콘이라면 어떤 맛일까?"라고 묻는 것은 전혀 다른 세계를 엽니다.

    • 하브루타: 짝 토론을 통해 스스로 사고를 확장하는 유대인 전통 학습법
    • 발문: 정답 유도가 아닌, 아이의 생각을 끌어내기 위해 설계된 교사의 의도적 질문
    • 메타인지: 자신이 무엇을 알고 모르는지 스스로 인식하는 능력으로, 자기주도학습의 핵심
    요약: 하브루타 기반의 발문 교육은 아이가 답을 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질문하게 만들며, 이것이 유아기 메타인지 발달의 출발점입니다.

    그림책놀이, 교실 안에서만 끝나지 않습니다

    저는 이번 봄에 만3세 아이들과 벚꽃팝콘 그림책을 시작으로 계절 연계 동화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계절을 맛보는 동화만찬'이라고 이름 붙인 이 활동은, 그림책을 읽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의 세계를 바깥으로 꺼내 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이들은 유치원 벚꽃나무 아래로 나가 꽃잎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교실로 돌아와 우유병에 꽃잎과 반짝이 가루를 넣어 봄꽃 주스를 만들었고, 다시 바깥으로 나가 화전과 벚꽃팝콘을 차려 소풍 파티를 열었습니다. 제가 직접 그 자리에서 아이들 얼굴을 관찰했는데, 그 표정이 어떤 학습지도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발견하는 기쁨, 그게 맞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림책놀이(Picture Book Play)란 문학 작품을 매개로 신체, 언어, 정서, 사회성 등 여러 발달 영역을 통합적으로 자극하는 교수법입니다. 단순히 책을 읽어주는 독서 활동과는 다릅니다. 이야기 속 장면을 몸으로 재현하고, 등장인물의 감정을 직접 경험하며, 그 경험을 새로운 창작으로 연결하는 과정 전체가 그림책놀이입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에서 아이들이 자발적으로 내뱉는 어휘의 수준이 평소보다 확연히 올라갑니다. 동화 속 언어가 아이들의 언어가 되는 순간이 눈앞에서 벌어집니다.

    교육부가 제시한 2019 개정 누리과정에서도 유아의 놀이 중심 교육과 문학 경험을 통한 창의적 표현을 핵심 방향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출처: 교육부 누리과정 포털). 이 방향이 현장에서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저는 봄 파티 자리에서 확인했습니다.

    요약: 그림책놀이는 독서 활동이 아니라 문학을 몸과 감각으로 체험하는 통합 교수법이며, 바깥놀이와 연결될 때 아이들의 언어·감수성이 가장 빠르게 자랍니다.

    봄꽃에서 찾는 동화 놀이

     

    영어유치원과 유치원, 솔직히 말씀드립니다

    이 부분은 유아교육 전공자로서, 그리고 현장에서 20년 넘게 일한 사람으로서 솔직하게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유아교육에도 많은 이슈가 생기면서 좋다는 수업들이 쏟아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제가 가장 마음이 불편한 것이 영어유치원이라는 명칭입니다.

    엄밀히 말해 영어유치원은 유치원이 아닙니다.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으로 인가받은 기관이 아니라 학원법에 따라 운영되는 영어학원입니다. 유치원에서 아이들이 신나게 놀이하며 발달해야 할 시기에, 수백만 원의 비용을 들여 영어 학원에 보내면서 그것을 우수한 교육으로 인정하는 문화가 저는 솔직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놀이중심교육(Play-based Learning)이란 유아가 스스로 선택한 놀이 활동을 통해 인지, 정서, 사회성을 통합적으로 발달시키는 교육 철학입니다.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이해하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법을 배우며, 실패와 성공을 경험합니다. 영어 단어 암기로는 얻기 어려운 것들입니다.

    제가 직접 아이들과 흙놀이, 꽃잎놀이, 봄 파티를 진행하면서 관찰한 것은 이렇습니다. 아이들은 꽃잎 하나를 앞에 두고도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냅니다. "이 꽃은 왜 분홍색이야?", "시들면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거 먹을 수 있어?" 이런 질문들이 나오는 순간, 아이는 이미 과학자이고 탐구자입니다. 그 힘을 키우는 것이 유치원의 역할이고, 그 힘이 4차 산업 시대에 진짜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 유치원: 유아교육법상 인가를 받은 교육기관으로, 놀이 중심의 발달 교육 제공
    • 영어유치원: 학원법에 따라 운영되는 영어학원으로, 법적 의미의 유치원이 아님
    • 놀이중심교육: 아이 스스로의 선택과 탐구를 통해 인지·정서·사회성을 통합 발달시키는 교육 철학
    요약: 영어유치원은 법적으로 학원이며, 유아기에 진짜 필요한 것은 놀이중심교육을 통해 스스로 질문하고 탐구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하브루타 교육을 집에서도 할 수 있나요?

    A.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림책 한 권을 읽은 뒤 "이 주인공은 왜 이렇게 했을까?"라고 묻고, 아이의 답에 다시 "그렇구나, 그럼 다른 방법은 없었을까?" 하고 되물으면 그것이 이미 하브루타입니다. 핵심은 정답을 가르치지 않고, 질문으로 질문을 이어가는 것입니다. 처음엔 어색하지만 며칠만 해보면 아이가 먼저 질문을 던지기 시작합니다.

     

    Q. 그림책놀이는 몇 세부터 시작하면 좋은가요?

    A. 그림책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순간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만3세라면 그림을 보며 흉내 내기, 소리 따라 하기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덮는 것이 아니라, 책 속의 장면을 일상으로 끌어내는 것입니다. 꽃이 나오는 책이라면 당장 바깥에 나가 꽃을 찾아보는 것이 최고의 그림책놀이입니다.

     

    Q. 영어유치원과 일반 유치원, 어디를 선택해야 할까요?

    A. 이 선택은 결국 무엇을 우선순위에 두느냐의 문제입니다. 유아기에 영어 노출을 최우선으로 생각한다면 영어학원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유아교육법상 유치원이 제공하는 놀이 중심 발달 교육, 또래와의 관계 경험, 정서 발달 프로그램은 학원 환경에서 동일하게 제공받기 어렵다는 점은 알고 결정하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Q. 발문과 일반 질문은 어떻게 다른가요?

    A. 일반 질문이 "이게 뭐야?"처럼 정보를 확인하는 것이라면, 발문은 "이게 왜 이렇게 됐을까?"처럼 아이의 사고를 자극하고 확장하기 위해 설계된 질문입니다. 발문은 정답이 하나가 아니어도 됩니다. 아이가 자기 생각을 꺼내게 만드는 것 자체가 목적입니다. 저는 이 차이를 현장에서 수백 번 경험하면서, 발문 하나가 아이의 수업 태도를 완전히 바꾸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결론

    20년 넘게 유치원 현장에 있으면서 제가 내린 결론은 단순합니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교육은, 아이가 스스로 궁금해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동화책 한 권, 바깥놀이터 한 시간이 수백만 원짜리 학원보다 깊은 것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하브루타처럼 질문을 핑퐁처럼 주고받고, 그림책놀이처럼 이야기를 몸으로 살아내고, 발문을 통해 아이 안의 생각을 끌어내는 것. 이것이 유치원 현장에서 저희가 매일 하고 있는 일입니다.

    당장 오늘 아이와 그림책 한 권을 읽고, 책을 덮은 뒤 이렇게 물어보십시오. "이 이야기에서 제일 이상한 부분이 어디야?" 정답이 없는 질문 하나가 아이와의 대화를 완전히 바꿔놓습니다. 저는 그 장면을 매일 교실에서 보고 있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oqzcWhy2OC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