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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가 나라인 줄 알았어요” 세계 여러 나라 수업에서 아이들이 바뀐 순간

richtop1 2026. 8. 26. 07:15

목차


    “선생님, 아시아가 나라인 줄 알았는데 나라가 아니었어요.”

    세계 여러 나라 프로젝트를 하면서 한 아이가 한 말입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꽤 오래 생각했습니다. 어른에게는 너무 당연한 사실이지만 아이에게는 머릿속 세계가 새로 정리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지구본을 함께 보았습니다. 바다가 어디에 있고, 큰 땅덩어리는 어떻게 나뉘는지 살펴봤습니다. 아이들은 지구본을 돌려보며 자기가 아는 나라를 찾았습니다.

    “우리나라는 여기예요?”
    “미국은 여기 있어요?”
    “땅보다 바다가 더 많아요.”

    제가 설명을 길게 하지 않아도 아이들 눈은 계속 움직였습니다. 아는 것을 찾다가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마다 질문이 생겼습니다.

    지구본을 보고 직접 그려보게 했습니다

    아이들과 5대양과 7대주를 살펴본 뒤에는 직접 평면으로 옮겨보게 했습니다.

    완벽하게 그리는 것이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어디쯤에 큰 땅이 있고, 어느 쪽에 바다가 있는지를 자기 손으로 표현해보는 활동이었습니다.

    아이들 그림은 모두 달랐습니다. 대륙 크기도 제각각이었고 위치도 정확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그림을 보면서 아이가 무엇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한 아이가 그림을 그리다가 말했습니다.

    “아시아가 나라인 줄 알았는데, 나라들이 있는 큰 땅이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외워서 맞히는 것과 직접 보고 이해하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계 여러 나라 프로젝트에서 지구본과 지도를 살펴보는 활동

    교실에서 보던 세계와 현장에서 만난 세계는 달랐습니다

    이후 아이들과 중남미문화원으로 현장학습을 다녀왔습니다.

    교실에서는 사진과 지구본으로 다른 나라를 봤지만, 현장에서는 실제 유물과 가면, 조각, 악기 같은 것을 눈앞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은 처음 보는 물건 앞에서 계속 멈춰 섰습니다.

    “선생님, 탈이 왜 이렇게 많아요?”
    “이건 실로 만든 거예요?”
    “이건 우리나라 거랑 다르게 생겼어요.”

    아이들이 낯선 것을 만났을 때 바로 좋아한다고 말하지는 않았습니다. 어떤 것은 신기하다고 했고, 어떤 것은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다른 나라 것도 소중한 거지”

    그날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전시물이 아니라 아이들끼리 나눈 말이었습니다.

    낯선 음악이 흘러나오자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이상해요. 시끄러워요.”

    그 말을 들은 옆 아이가 바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다른 나라 거니까 그렇지. 다른 나라 것도 소중한 거지.”

    저는 그 말을 듣고 굳이 설명을 덧붙이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아이에게 말한 한마디가 더 자연스럽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낯선 것을 처음 만났을 때 이상하다고 느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중요한 건 그다음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서로 다른 생각을 말하면서 “다르다”는 것을 조금씩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현장학습을 다녀온 뒤 질문이 달라졌습니다

    교실로 돌아온 뒤 아이들이 다시 세계 여러 나라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질문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왜 대륙별로 나눠져 있어요?”
    “왜 나라마다 옷이 달라요?”
    “왜 음악도 달라요?”

    처음에는 “어디에 있어요?”를 많이 물었다면, 현장학습 뒤에는 “왜 달라요?”라는 질문이 늘었습니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궁금한 것을 모아 질문 목록을 만들고, 다시 지구본과 자료를 찾아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세계 여러 나라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나라 이름을 많이 아는 것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처음 보는 것을 신기해하고, 다르다고 느끼고, 왜 그런지 궁금해하는 것. 그리고 자기와 다른 것을 함부로 틀렸다고 말하지 않는 것.

    중남미문화원에서 돌아온 뒤 아이들이 보여준 모습은 제가 준비한 활동보다 더 오래 남았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새로운 문화를 보여줄 때는 먼저 설명하지 않고 아이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조금 기다려보려고 합니다.